Trino Summit 2023
2023년 12월 13 ~ 14일(한국 기준 14 ~ 15일)에 Trino Summit 2023이 온라인에서 열렸다.
Trino 블로그에도 Trino Summit 2023 nears with an awesome lineup에 “SK Telecom: Unstructured data analysis using polymorphic table functions in Trino”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다.
2023년 12월 16일 18시 기준 Youtube Trino 채널에 Trino Summit 2023에서 발표한 영상 1개가 올라온걸 봐서는, 다음주 중에는 내가 발표한 내용도 올라올 것 같긴 하다.
발표하게 된 계기부터 준비 과정, 발표일 당일의 에피소드까지 남겨보려 한다.
발표하게 된 계기
나는 관종이거나 유명세를 얻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굳이 나를 PR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2022년까지의 커리어에서는 딱히 외부 발표하고 싶은 주제가 없었다. 기술적인 내용은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으로 충분했고, 회사에서 개발한 것들은 밖에 공유할만큼 특별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2022년 말에 현재 회사로 이직했는데, 무려 팀 이름이 Emerging Data Platform 팀이었다. 팀 이름만큼이나 내가 맡게 된 일도 생소했다. Trino라는 오픈소스를 커스텀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2023년에 기능 하나를 Trino에 추가하게 되었는데, 이건 내가 생각해도 남들에게 공유할만한 특별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팀 내에서 다른 분들이 2022년에 Trino Summit에서 발표한 적이 있었고, 조직장 님도 외부 발표에 대해 거부감이 없으신 분이기에(오히려 먼저 발표해보라고 독려해주심), 이번이 기회다 생각해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준비 과정
Trino Summit 2023의 발표자 모집은 9월 ~ 11월 중순까지 였는데, 발표자 모집을 하는줄도 모르고 있다가 다른 팀원분이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 다행히 기한에 맞추어 발표자 신청을 했고, 발표자로 선정되게 되었다.
“12월 13일 ~ 14일 사이에 발표니까 12월 초에 바짝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미루고 있었는데, 12월 초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그래서 12월 6일에야 발표 자료 작성을 시작할 수 있었다.
12월 10일까지 겨우 발표자료 30장을 만들고 12월 11일에 팀원 분들께 공유를 했는데, 생각보다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다. 기능 자체가 생소한 거라서 한국어로 설명해도 어려운데, 영어(발음이 좋지 않은)로 해야하다보니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는 발표자료를 만들 때 글씨를 적게 하고 그림을 많이 넣는 편인데, 이번에는 내용이 잘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영어로 하다보니), 글씨를 최대한 넣는게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12월 13일까지 피드백을 반영하고 나니 발표 장표가 100장이 되었다. 내용 상으로 추가된 건 없었는데, 대부분 말로 떼웠던 것들을 장표에 넣고 애니메이션 효과를 넣다보니 늘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12월 14일까지는 1인 회의실을 잡아놓고 계속해서 시간 재가며 스크립트를 읽었던 것 같다. 어려운 단어가 있으면 쉬운 단어로 바꾸기도 하고, 발음이 잘 안되는 단어의 경우 아예 빼버렸다.
발표 당일
12월 14일 저녁 9시쯤 잠들어 12월 15일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발표는 5시부터 시작이었고, 발표자는 4시 56분까지 들어가야 했다.
화상 발표 플랫폼에서 화면 공유가 잘 되는지, 마이크와 카메라가 잘 동작하는지 2~3번 가량 확인하고, 다른 참가자들이 발표하는 걸 4시 55분까지 들은 뒤 Backstage로 들어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Starburst(행사 개최 회사) 직원들이 발표 화면 공유를 해보라 했는데,,, 화면 공유가 되지 않았다…
발표는 3분 남았는데, 이거 저거 해도 안되어서 직원 한명이 컴퓨터를 껏다 켜보는게 어떠냐고 물어봤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아 1분만에 재부팅하고 다시 들어갔더니 다행히 화면 공유가 되었다!! 1분 동안 발표 화면과 데모 환경을 세팅하고 겨우 발표를 시작했다.
원래 여유롭게 준비했으면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도 좀 보려 했는데, 하도 당황했더니 발표 스크립트만 보고 주구장창 읽었다. 30분이 거의 3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압박이 컸다..
발표가 다 끝나니 질문도 몇 개 올라왔고, 다행히 번역기를 안쓰고도 더듬더듬 대답할 수 있었다. 팀원 분이 화면 녹화를 해서 보내주셨는데, 거의 한 단어마다 ‘어…‘를 붙여서 말하는걸 보고 영어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고
2022년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약간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개최되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립트를 보고 읽는데도 내용이 긴가민가 했는데, 오프라인으로 했으면 아예 발표 자체를 못할 뻔 했다. 한국어로 진행했던 기술 공유나 소규모 발표 등은 스크립트 작성 없이 발표 화면만 봐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생각이 났는데, 영어로 하다보니 발표 화면 자체를 못보고 스크립트만 주구장창 읽어야 했다. 2022년에 발표했던 팀원 분들이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해도 1~2분 전에 모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는 Plan B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기회도 한번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